주관과 객관

요 18:37

“네 말과 같이 내가 왕이니라.”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은 하나님과 같이 되었습니다. 눈이 밟아져 선악을 알게 되었습니다. 에덴 동산은 오르지 선악에 대한 판단자는 하나님 뿐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관이요 그분의 객관적 환경입니다. 그러나 선악과는 이 상황을 전복 시켰습니다. 이 세상에는 오로지 인간의 주관과 인간의 객관뿐입니다.

이 세계 속에서 제 3의 주관과 객관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주관이라 하더라도 그 주관은 어디까지나 이 세상 사람들이 규정하는 주관일 뿐입니다. 즉 이 세상 객관이 인정한 주관입니다. 뿐만아니라 제 3의 객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이 세상 주관자들이 모여 만든 객관입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주관과 객관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는 세상입니다.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누가 인기를 얻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국주의가 옳았든 시대가 있었고, 자본주의가 옳다는 사회가 있고 사회주의가 옳다고 하는 사회가 있습니다. 돈 많은 자가 있고 돈을 적게 가진 자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주관과 객관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주관성, 객관성이란 결국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들이 주의 자리에 앉고자 하는 욕망의 표출입니다. 문제는 그 욕망속으로 들어가 보지만 끊없는 무저갱입니다.

이천여년 전에 이 땅에서 태어 났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온 세상의 주관과 객관으로 둔다는 자체가 인간들에겐 용납할 수 없는 주장입니다. 예수라는 한 인물에 온 우주를 담는다는 자체가 이미 구축된 주관과 객관 속에서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미 빌라도라는 객관적 왕의 대리자 앞에서 예수님 자신이 유대인의 왕이라 했을 때, 예수님은 왕의 대리자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 중 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주장은 그야 말로 개인적 주장, 주관적 주장일 뿐입니다. 만일 예수님의 주장이 객관적이 되려면 당시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 그리고 유대인들이 예수님의 주장에 대해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유대인의 대표자인 대제사장들이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넘겼습니다.

그러니 빌라도가 보아도 예수님의 주장은 정신병자의 주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마 오늘날 예수님이 계셨다면 정신병원에 가두었을 겁니다. 물론 그 가족들이 앞장서서 119를 불렀을 겁니다. 이 세상은 한 사람의 주장을 온 세상의 왕으로, 주로 받을 마음이 없습니다. 세상에 나온 왕들처럼 한 지역의 왕이거나 제국의 왕으로는 인정할지 모르지만 모든 세상의 왕으로 인정하는 것은 용납지 않습니다. 물론 공상영화를 보면 온 인류의 통치자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모든 주관자들이 동의한 통치자이지요.

그 어느 누구도 인정치 않았는데 자신이 유대인의 왕이요 온 우주의 왕이라는 주장은 그야말로 개인적 주장일 뿐입니다.

우리들이 성경을 읽는 태도는 어떻습니까? 이미 악마의 자식이라 간주하고 성경을 읽어야 하는데 자신은 악마의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성경을 읽는다는 겁니다. 그러니 자신의 주관이 성경말씀, 곧 예수님의 주관성과 객관성을 나름대로 판단하고 이해하고 적용하려고 하는 겁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 앞에 이 세상은 주관이 되었던 그 주관들이 모여 객관성이 되었든 악마의 속성만 드러낼 뿐입니다. 십자가가 눈앞에 밝히 보인다는 말씀은 이런 의미입니다.

주관자가 되시고 객관성이 되신 주님 앞에 선 빌라도의 말은 온 인류를 대표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온 인류를 대표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인류들이 세운 왕, 곧 로마제국의 왕을 대표하는 자입니다. 즉 첫째 아담입니다.

“네가 말한대로 내가 왕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 앞에 모든 인간들은 그 왕의 처분만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그 왕의 처분이 빌라도 앞에서는 너무 시시하다는 겁니다.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왕의 처분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환경과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왕의 처분입니다. 왕의 처분대로 되어지는 일들만 온 세상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너무 시시합니까? 그래서 마귀는 끊임 없이 시시하지 않는 것들을 갖고 성도를 유혹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성도는 시시한 일들 속에서 주님의 처분을 목격합니다. 시시한 일들 속에서 주님께서 일으키시는 사건을 만납니다. 요한계시록을 보면 결코 시시한 일들이 아닙니다. 아들의 죽음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들입니다.

이 주관적이고 객관적 사실만을 이 땅에 남기기를 원하십니다. 주님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고 하셨습니다. 성도는 자기 증인이 아닙니다. 자기 증인은 자신의 주관과 자신이 인정하는 객관성을 중요시합니다. 그러니 주님의 증인은 십자가 사건만이 유일한 주관성이며 객관성입니다. 그러니 나의 주관과 객관이 십자가로 깨어지고 죄인으로 드러납니다.

죄인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자유함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