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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시는 비둘기도 없고 나무도 없고 공원도 없어서 새들이 날개 치는 소리도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도 들을 수 없는 도시다. 한마디로 부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나머지 시간은 카드놀이나 잡담, 영화보기, 해수욕, 욕망을 발산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죽은 도시다. 그래서 봄꽃은 시장에 가면 볼 수 있고, 맑은 하늘은 겨울이 되어야 볼 수 있다. 기후 속에 갇힌 도시다. 환경 속에 갇힌 도시다.

환경 속에 갇힌 오랑시가 새로운 환경 속에 갇힌다. 그러자 드디어 인간 체온의 꽃들이 피어난다. 물론 그 속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코타르도 있지만 이와 같은 사람은 수많은 사람 가운데 몇 사람이 되지 않는다.

평소 대부분의 사람이 부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페스트로 갇히자 비로소 인간 체온을 드러낸다. 물론 체온의 모습 중 죽는 자들도 많다. 페스트 속에 갇힌 오랑시, 죽음의 그림자 속에 갇힌 오랑시는 비로소 봄 꽃을 활짝 피우고 맑은 하늘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페스트가 끝난 후의 새로운 시작을 좋아할 것이다. 드디어 봉쇄가 풀렸고 사랑하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음을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그런데 페스트로 봉쇄되기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때 오랑시는 봄 꽃을 볼 수 없었다. 오로지 부자가 되기 위해 돈 버는 일에만 열심이었고, 자신의 쾌락과 자신의 취미에만 열심이었다. 인간 본연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퍼짐으로 사람들은 죽음 속에로 빨려 든다. 모든 사람이 페스트라는 전염병의 바다 속에서 저마다의 모습을 내민다.

악당 코타르는 자신의 장기를 페스트라는 죽음 속에서 펼쳐내면서 많은 돈을 벌지만 결국 체포된다. 코타르는 이미 페스트(범죄로 인해 붙잡힐 것에 대한 두려움)속에서 살고 있었고, 페스트로 인하여 비로소 페스트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 코타르는 유일하게 페스트가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페스트로 인해 유일하게 체온을 내밀지 않는 자다.

자기도 모르는 성자가 되기를 꿈꾸면서 보건대를 만든 타루는 페스트가 사라지는 시점에 그렇게 처절히 싸웠던 페스트에 걸려 죽음을 맞는다.

하나님의 진노라고 하면서 회개하라고 외치는 파를루 신부는 고통스럽게 죽는 오통의 딸을 보면서 설교는 바뀐다. 하지만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내비친 신부는 신부라는 가면을 벗지 못하고 의사를 부르지 않고 죽음을 맞는다. 페스트로 죽었는지 아닌지 모른다고 말함으로 말미암아 경계선에 선 사람으로 규정한다. 무엇과 무엇의 경계인가? 많이 봐 준 것이다. 추상적인 신은 죽어야 한다.

성실성을 앞세운 리외(리유)는 죽음 속에서 앞서 언급한 사람들을 하나씩 하나씩 변화시킨다. 아니 그들 스스로 변화한다. 악당 코타르에 대해서도 어떤 간섭도 하지 않는다.

신이 있다면 의사 리유 같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성실성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 신을 중심으로 그림자 같은 추상적 꿈을 꾸는 자가 있고, 이 땅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실제로 이루고 싶은 꿈을 꾸는 자로 갈라진다. 또한 악당도 있다.

페스트에 갇힌 현실을 살면서 죽음이 현실이 아니라 그 죽음은 그림자일 뿐이요 인간의 체온이 현실이라고 한다. 죽음 속에서 인간의 꿈을 꾸는 자야 말로 진정한 승자다. 그래서 저자 카뮈는 그랑은 페스트에 걸렸지만 살려내고 페스트 속에서 영글은 꿈과 사랑을 실현하게 한다. 람베르 기자는 여러 번 탈출을 꿈꾸지만 실패하다 성공을 목전에 두고 마음이 바뀐다. 물론 그 과정엔 의사 리유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제 그는 죽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 속으로 들어간다. 그 결과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새로운 시작을 한다.

성실성을 갖고 희생한 의사 리유의 아내도 죽는다. 사실 리유가 죽어야 소설이 더 극적일 것 같기도 하지만 그의 아내가 죽음으로 말미암아 리유는 타인의 헤어짐과 아픔과 죽음을 자기 속에 담아 성실성으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한다.

. 신이 있다면 이러해야 한다. 신은 사람의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 페스트 속에서 모든 인간은 비로소 자기 내면속에 잠자든 거인을 깨워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낸다.

페스트가 끝남으로 말미암아 봄꽃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그래서 책 속에서는 우리 인생 자체가 페스트 속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카뮈의 매력이라고 할까?

인간들은 페스트가 없기를 소망한다. 코로나 19가 없는 세상을 꿈꾼다. 어려움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그러나 카뮈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인간들은 환경에 갇혀 있다. 그 누구도 기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재미있는 것은 페스트를 인간이 완전히 소멸시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인간이 환경 속에 갇힌 현실이다. 그러하기에 체온의 꽃은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차면서 화려한 꽃을 피우는 것이다.

그래서 카뮈는 추상을 꿈꾸는 자들은 페스트에 걸려 죽게 한다. 물론 파를루 신부를 경계선에 두지만.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인간의 한 모습이어서? 그러나 추상을 꿈꾸지 않고 체온에서 나오는, 몸에서 나오는 것을 꿈꾸는 자들은 페스타라는 죽음의 그림자를 박차고 나와 그 체온을 보인다.

모든 인간은 페스트 속에 산다. 이것이 실제다. 죽음이 그림자가 아니라 실제다. 육체의 온기가 그림자다. 그래서 주님은 그림자 같은 인생이라고 하신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화를 낸다. 그림자 같은 인생인데 왜 살게 하실까?

욥은 그림자 같은 인생이다. 하나님과 사단 사이에 놓여 있어서 하나님과 사단의 노리개로 다루어진다. 욥의 자녀들의 죽음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없다. 욥도 죽은 아들들과 다를 바 없다. 짧게 살다 죽은 욥의 아들들이 부러운가 아니면 오래 산 욥이 부러운가? 짧게 살다 죽은 자가 복된가, 오래 살다 죽은 욥이 복된가?

주님은 중보자만 이 땅에 남기셨다. 십자가만 남기셨다. 그것 하나 남기기 위해 세상을 만드셨다. 세상은 인간 중심이 아니다. 세상은 인간다운 꿈을 갖고 살아가는 자들이 주인공이 아니다. 그래서 욥은 고난 속으로 휘말려 들게 되었다.

페스트 속에 들어간 욥의 친구들과 욥은 자신의 본 모습을 뿜어낸다. 페스트 속에서 인간의 체온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주님은 그 체온을 받아 십자가와 만나게 하신다.

대제사장들의 체온을 보라. 대제사장들과 헤롯과 빌라도의 체온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다. 온 민족이 멸망당할 위기에서는 한 사람, 예수를 죽여야 한다. 빌라도가 보기에 예수님을 아무리 봐도 십자가에 못 박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라는 말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내어준다.

세상은 불 심판 받아 마땅하다. 인간의 체온은 하나님의 아들을 죽이는 체온이요 불 심판 받아 마땅함을 드러내는 증거물이다. 십자가에 외에는 자랑할 것이 없다.

자기를 사랑하는 자는 코로나 19가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간절히 기도하지만, 성도는 페스트 속에 사는 것을 감사한다. 새로운 피조물이기에 새롭게 시작할 이유가 없다.